"저희는 종교가 없는데, 장례는 어떻게 하나요?"
요즘 제일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사실 한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종교가 없다는 조사 결과도 있거든요.
그런데 장례 얘기만 나오면 꼭 절이나 교회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남아 있죠.
그럴 필요 전혀 없습니다.
무종교 장례는 말 그대로 특정 종교 의례를 생략한 장례입니다.
불교의 다비식, 기독교의 예배, 천주교의 연도 같은 절차 없이, 가족이 원하는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합니다.
종교가 없으신 분들뿐 아니라, 종교는 있지만 형식보다는 개인적인 추모를 원하시는 분들도 이 방식을 택하시곤 합니다.
최근 2030 세대 상주 분들께 특히 인기가 있어요.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움
무종교 장례의 매력은 딱 정해진 게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고민되실 수도 있어요.
제가 자주 제안드리는 구성은 이런 것들입니다.
가족 중 한 분이 추모사를 낭독하시거나, 고인의 생전 사진과 영상을 모아 슬라이드로 틀어드립니다.
고인이 좋아하시던 음악을 배경으로 깔아두는 것도 분위기가 참 좋아요.
손주들이 할아버지나 할머니께 편지를 써서 낭독하는 장면도 자주 봅니다.
그게 관에 함께 들어가기도 하고요.
편지 내용은 짧아도 괜찮습니다.
한 번은 고인께서 평생 작곡가셨던 가정을 모신 적이 있어요.
발인 전 작은 추모 시간에 고인이 작곡하신 곡을 가족이 연주했는데, 그 자리가 어떤 종교 의례보다도 뜻깊었습니다.
절차 자체는 일반 장례와 같아요
안치, 염습, 입관, 발인, 화장 또는 매장의 큰 틀은 동일합니다.
차이는 각 단계에서 종교 의례가 빠지고, 그 자리를 가족의 추모 활동이 채운다는 거예요.
안치 단계에는 기도나 독경 대신 가족이 자유롭게 고인 곁에 머무시고, 입관 때는 꽃을 올리거나 편지를 넣어드립니다.
발인도 예배나 법요 없이 추모사 낭독이나 묵념으로 대신합니다.
음악을 틀어두고 한 명씩 헌화하며 조용히 작별하는 형식이 가장 많아요.
화장장 추모실에서도 같은 흐름을 유지합니다.
짧은 묵념 후 각자 한 마디씩 전하시는 시간이면 충분해요.
추모 콘텐츠 아이디어
고인이 좋아하시던 시를 낭독하거나, 여행 사진으로 영상을 제작하거나, 평소 자주 하시던 말씀을 메모해 배포하는 것도 좋습니다.
추모 책자를 만들어 조문객에게 나눠드리는 분들도 계세요.
저희가 지난해에 모신 한 교수님 댁은 고인이 쓰신 논문 목록과 생전 대화를 담은 작은 책자를 만드셨는데, 참석자 모두가 오래 기억에 남겼다고 하시더라고요.
무빈소·가족장과 잘 어울려요
사실 무종교 장례는 소규모 장례와 궁합이 참 좋습니다.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오히려 가족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에 수월해요.
'무빈소 + 무종교' 조합이면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하면서도 가족만의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요즘 제가 가장 자주 권해드리는 조합 중 하나예요.
다만 이건 조심하세요
제가 현장에서 본 가장 흔한 갈등은 "고인은 무종교였는데 다른 가족 중에 독실한 신자가 있는 경우"예요.
이 경우 사전에 충분히 대화하셔야 합니다.
완전히 한쪽으로 몰아가기보다, 간단한 추모 시간 중에 조용한 기도 시간을 배치하는 식으로 절충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5분이면 충분합니다.
조문객 중에 장례 예법을 잘 모르시는 분이 계시면, 입구에 "헌화와 묵념으로 추모해주세요"라는 안내 한 줄만 두셔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종교 의례가 없다고 해서 '빈 시간'이 되지 않도록 추모 프로그램을 준비해두시라는 거예요.
음악, 영상, 편지 같은 작은 요소들이 그 시간을 채워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