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 오는 화요일이었습니다.
사무실 창밖으로 장맛비가 후두둑 떨어졌고, 책상 위에는 박카스 한 박스가 놓여 있었습니다.
화요일은 보통 전화가 적은 편인데, 어제는… 좀 달랐습니다.
네 통의 전화가 차례로 왔고, 각자 다른 사연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네 통을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개인정보는 모두 바꾸었습니다).
11:14 — 첫 번째 전화 "아버지가 방금 돌아가셨어요"
11시 14분이었습니다.
50대 후반 따님이셨고, 목소리가 떨리고 계셨습니다.
"아버지가 방금 돌아가셨어요. 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일단 깊게 한 번 호흡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전화는 1년에 수백 통 받지만, 매번 처음 받는 것처럼 긴장합니다.
첫 1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망진단서 발급, 시신 안치, 가족 연락 -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진행돼야 하거든요.
따님이 "지금 병원이에요"라고 하셔서 저희 차량이 30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근데 사실, 빈소를 차려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급하게 결정하지 마세요. 일단 모셔놓고 가족분들이랑 천천히 의논하시면 됩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11:51, 안치실로 모셨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결정은 오늘 저녁에 가족 모이실 때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13:47 — 두 번째 전화 "견적이 650만원이라는데요"
점심 직후 두 번째 전화가 왔습니다.
40대 아드님이셨고, 다른 장례식장에서 견적을 받으셨다고 했습니다.
"650만원이라고 하던데, 이게 적정한 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잠시 침묵하다가, "어떤 항목이 들어 있는지 한 번 같이 봐드릴게요"라고 했습니다.
가격이 적정한지는 항목별로 봐야 알 수 있거든요.
그분이 받으신 견적에는 빈소 3일, 제단 프리미엄, 50인 상차림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거 다 필요하세요?"라고 여쭤봤습니다.
한참 침묵하시다가, "사실… 친척 몇 분만 오실 거예요"라고 하셨습니다.
스몰장례식 180만원으로 충분한 상황이었습니다.
"650만원에서 180만원, 470만원 차이가 나네요. 결정은 가족분들이랑 같이 하시는 게 좋아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14:32에 다시 전화하셔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평균 의뢰 결정까지 3시간 걸리는데, 이번엔 45분이었습니다.
16:32 — 세 번째 전화 "어머니가 미리 정리해 두셨더라고요"
오후 4시 반쯤이었습니다.
이번엔 30대 따님이셨는데, 목소리가 차분했습니다.
"어머니가 작년에 사전 장례 의향서를 써두셨더라고요."
저희 사무실에서 작성을 도와드린 분이셨습니다.
"무빈소장례로, 화장 후 수목장으로." 딱 두 줄이 적혀 있었습니다.
의향서가 있으면 결정 시간이 평균 3분의 1로 줄어듭니다.
가족들이 어떻게 할지 갈등할 일이 없거든요.
"오빠랑 저, 둘 다 어머니 뜻 따르기로 했어요"라고 하셨습니다.
130만원 무빈소장례로 진행하고, 화장 후 인근 수목장으로 안치하기로 했습니다.
전화 길이 - 정확히 9분 47초. 짧았습니다.
16:48 계약 완료. 어머님이 1년 전에 적어두신 두 줄이, 따님과 아드님의 한 시간을 지켜줬습니다.
19:08 — 네 번째 전화 "비가 너무 와서 발인이 걱정돼요"
저녁 7시쯤이었습니다.
오늘 발인을 앞두신 가족이셨습니다.
"내일 화장장 가는 길이 빗길이라 너무 걱정이에요…"
2026년 6월 장마가 일찍 시작됐고, 어제부터 폭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안전 운전 가능하시도록 저희가 두 시간 일찍 출발하는 일정으로 조정해드릴게요"라고 답했습니다.
장마철 발인은 평소보다 30분~1시간 일찍 잡습니다.
화장장 도로가 미끄러우면 운구 차량 속도를 평소의 70%로 줄여야 하거든요.
"비 와서 죄송한 마음이 드는데, 그게 좀 이상하네요…"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옛 어른들은 비 오는 날 발인을 좋은 징조로 보셨어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분이 한참 침묵하시다가, "그렇군요"라고 짧게 답하셨습니다.
19:31 전화 끝. 내일 오전 6시 발인 - 안전하게 잘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를 정리하며
네 통의 전화가 다 끝나고, 책상 정리를 했을 때가 21:14였습니다.
첫 전화의 따님은 오늘 저녁 가족 모이셔서 결정하시기로 했고, 두 번째는 무사히 계약하셨고, 세 번째는 어머님 뜻대로 진행 중, 네 번째는 내일 새벽 발인입니다.
어떤 날은 종일 한 통도 안 오고, 어떤 날은 어제처럼 네 통이 몰립니다.
사람의 마지막 하루는 예측할 수 없으니까요.
저희 일은 그 예측 불가능을 가족 옆에서 함께 견디는 일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이 있으시면, 24시간 언제든 1533-6544로 전화 주시면 됩니다.
저희가 받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 평균 1분 안에 응답해 드립니다.
주식회사 이앤씨컴퍼니. 무빈소장례 130만원·스몰장례식 180만원, 단일 패키지에 추가 비용은 없습니다.
오늘 하루도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